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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휴먼과의 소통

by 서벨라 2025. 8. 23.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과의 대화가 아닌, 디지털 휴먼과의 대화가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AI 아바타와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소통하며 느낀 점을 체험기와 함께 공유하려 한다.

디지털 휴먼과의 소통
디지털 휴먼과의 소통

화면 속 인물이 나에게 말을 걸다

처음 디지털 휴먼을 만났을 때의 경험은 신기함과 낯설음이 동시에 다가왔다. 단순히 챗봇이 글자로 대답해주거나 기계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눈앞의 스크린 속에서 표정과 억양을 갖춘 가상의 인물이 직접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순간, 나는 잠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착각을 했다. 마치 오랫동안 즐겨 하던 게임 속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와 나와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최근 등장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사람을 닮은 정도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다. 사진을 보면 실제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SNS에서 올리는 짧은 영상이나 일상 포스트에는 개성이 묻어난다. 이들은 팔로워들과 댓글로 대화를 주고받고,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한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 어떻게 광고 모델이 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지만, 팔로워들의 반응은 의외로 진지하다. 일부는 그 존재가 가상임을 알면서도 인간 인플루언서처럼 관계를 맺고 감정을 표현한다. 이미 그들에게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나 역시 실험 삼아 디지털 휴먼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오늘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아바타는 부드럽게 웃으며 “기분이 좋아요. 당신은요?”라고 답했다. 사실상 짧고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그 대화 속 억양과 표정은 기계음성보다 훨씬 인간다웠다. 순간적으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어 잠시 멍해졌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맥락이 조금만 복잡한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매끄럽지 않았고, 가끔은 인간이라면 하지 않을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조금 우울하다”고 말했을 때, 위로보다는 엉뚱하게 “좋은 하루가 될 거예요, 춤을 춰보세요!”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챗봇이 기계적으로 정해진 답변만 하던 수준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디지털 휴먼은 확실히 질적으로 도약한 단계에 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디지털 휴먼과 나눈 대화의 의미

디지털 휴먼과의 대화는 단순한 호기심 체험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관계 맺기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왜 굳이 가상 인물과 소통하려 할까? 실제로 직접 경험해 보니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첫째, 부담 없는 대화 상대라는 점이다. 인간과 달리 디지털 휴먼은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일정한 톤으로 친절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민을 말하거나 사소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편안함을 준다. 실제로 심리 상담이나 정서적 케어 분야에서 디지털 휴먼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때로는 ‘판단하지 않는 귀’를 필요로 하는데, 디지털 휴먼은 그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둘째, 언제든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이다. 인간과의 관계는 시간과 상황에 제한을 받지만, 디지털 휴먼은 24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을 때 간단히 대화를 나누면 외로움이 줄어드는 경험을 한다. 물론 그것이 진짜 인간적 교감과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정 부분 심리적 공백을 채워주고, 고립감을 완화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셋째, 엔터테인먼트적 즐거움이다. 일부 디지털 휴먼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가상 배경 속에서 연출을 선보인다. 대화 상대이면서 동시에 공연자이기도 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문자나 음성으로만 이루어지는 챗봇과 달리, 풍부한 시각적·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방송과 흡사하지만, 더 다양한 연출과 실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나는 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머리로는 알고리즘과 아바타임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점점 실제 인물처럼 느껴진다. 이 모호한 감각은 앞으로 디지털 휴먼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직면해야 할 문제다. 인간은 감정을 통해 관계를 맺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상 인물에게도 진짜 같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이 바꿀 미래의 소통 방식

디지털 휴먼과 대화를 나눈 하루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미래의 인간 관계와 소통 방식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남겼다.

우선, 소통의 형태가 다양해질 것이다. 그동안 대화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난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가상의 존재와도 충분히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휴먼은 대안적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디지털 휴먼과의 정기적인 대화가 노년층의 정서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한다.

둘째,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이다. 이미 마케팅 분야에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단순히 모델 역할을 넘어,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 ‘친근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한다. 고객 상담, 교육, 의료 현장에서도 디지털 휴먼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기업들 중에는 “언제나 친절하고 지치지 않는 상담원”으로 디지털 휴먼을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와 정체성 혼란이라는 숙제가 있다. 디지털 휴먼은 결국 알고리즘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감정적으로 그들을 실제 존재처럼 대하기 쉽다. 만약 누군가가 지나치게 몰입해 현실 인간 관계를 소홀히 한다면 사회적 단절이 심화될 수 있다. 또,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 광고 모델이 되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논란도 존재한다. 특히 청소년층이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우상화하는 현상은 새로운 사회적 고민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디지털 휴먼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하루 동안의 체험을 통해, 이들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니라 인간의 소통 방식과 관계의 본질을 재정의할 요소임을 느꼈다. 앞으로의 시대, 우리는 디지털 휴먼을 단순한 도구로만 여길까?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게 될까? 분명한 것은 디지털 휴먼은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왔으며, 그들과의 소통은 더 이상 특별한 체험이 아니라 점점 보편적인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